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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다섯의 아재, 독하게 다이어트 결심하다

이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헤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살’ 때문이었다.

 

직업이 필라테스 강사여서 그런지

자기관리가 되게 철저했던 여자친구는

사귀는 내내 나에게 다이어트를 계속 권했었다.

하지만 당시에 그렇게까지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했던 나는

여자친구의 다이어트 권유를 그냥 흘려듣곤 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여자친구와 겨울바다를 보러 강릉 여행을 갔는데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밤 11시가 넘어

호텔에서 여자친구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

여자친구의 휴대폰에서

카톡 수신음이 연달아 일곱번 정도 울렸다.

이 밤에 누구인가 싶어서 이름을 확인해봤더니

여자친구 헬스장에서 몇번 본적이 있는

동료 헬스트레이너였다.

 

분명 여자친구가 여행갔다는 사실을 알 텐데

‘이시간에 연락을 왜 하지?’ 하는 의문과 함께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단 한 번도 여자친구의 폰을 몰래 본 적이 없는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너무 수상한 마음이 들어

설마 하는 마음에 폰을 열어보니….

 

여자친구와 그새끼는 이미 바람이 난 상태였는데,

더욱 더 충격이었던 것은

여자친구가 그놈이랑 카톡 내용 중에

내 몸매에 대해서 말한 것들이 있었던 것이다.

기억나는 것만 써보면

 

남친 몸매가 너무 더럽다’

뚱뚱해서 냄새도 나는 거 같다’

뚱뚱한 남자 못 만나겠다’

오늘 밤에 그거 할 생각 하니까 너무 싫다’

 

등의 심한 비하발언들도 섞여 있었으며

카톡 내용을 보니 그놈이랑 이미

섹스도 여러번 한 거 같았다.

 

정말 숨이 안 쉬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사람하고 500일 넘게 만나고

결혼까지 생각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씻고 나온 여자친구에게 추궁을 하니까

바람피운 건 인정을 하면서도

남의 폰을 왜 보냐며 도리어 화를 냈다.

 

그러게 내가 그렇게 좀 살빼라고 그러지 않았냐”

 

이 말을 듣자마자 그냥 박차듯이 뛰쳐나왔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배신감과 수치스러움 떄문에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고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카톡으로

내가 아까 두 눈으로 봤던 충격적인 것들이

잘못 본 게 아니었음을 확인했고,

너무 당연하게도 이날 우리는 헤어졌다.

 

 

 

솔직히 외모 때문에 헤어진다는 거..

말로만 들었을 땐 ‘그럴 수도 있지’ 생각했는데

직접 겪으니까 정말 수치스럽고 비참한 기분이었다.

이별하고 거의 한달을 폐인처럼 멍하게 보냈다.

원래 혼술은 잘 안하는 나지만,

술 없이는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았기에

거의 매일 혼술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외모로 계속 살기에는

내 남은 삶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살을 빼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은 멈추지 않고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언제 또 다시 좋아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아 큰 상처를 입게 될지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정신이 퍼뜩 들었다.

대한민국은 외모지상주의 사회니까.

내가 외모지상주의를 바꿀 수 없다면,

거기에 맞게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오늘부터 다이어트에 도전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해 본 적이 없기에

작심삼일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이렇게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조금 부끄럽지만 앞으로는 이 블로그에

운동을 통해 점차 내 몸이 변화해가는

과정들을 담아볼 것이다.

  

혹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 블로그가 조금이라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